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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고 싶은 대로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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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해보면 옛날부터 덕질이라는 걸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상황에 놓여있어서였는지

‘쉬어간다’, ’하고 싶을 때 한다'는 취미의 본질과 는 다른 영역이 된 것 같다.  한때 직업으로 삼고 싶다

는 마음을 가졌던 것과 별개로 자아라는 것이 형성되고 자리 잡는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, 영향을 받는

모든 사람들이 하는 행위였으니까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주 자연스레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혀

있다는 걸 깨닫게 된지도 최근 일이다. 

 

남들이 다하니까.. 저 사람은 하루에 몇 장씩 그리고 있는데 나는 왜 못하는 건지. 그런 원동력은 무엇

인지.  그저 지금의 내 흥미는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고 당장 그리고 싶지 않을 뿐인데 무의식 속에 쌓

인 강박과 의무감이 쌓여 한 가지에 몰두하지 못하는 획일적이지 못한 나에게 계속해서 실망하고 있던

것이었다.  

나는 이제 내가 전만큼 펜으로 선을 긋지는 않지만, 같은 손으로 글씨를 꾹꾹 눌러쓰다가 답답해서 밖

으로 나가 땅으로 기운 나뭇가지를 이유 없이 쳐다보는 이리저리 산만한 모습 또한 나의 방식이라는

걸 안다. 그림에서 느꼈던 설렘을 다이어리에 붙일 스티커를 온종일 찾는 시간 속에서 느끼게 되었다

해도, 그것이 어떤 변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. 설령 이후에 되돌아보면 자기 합리화였다고 해도 지

금은 어떤 틀 안에 가두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두기로 한다.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라는 루틴을

반복하면서 더 단단해졌으면 하는 바람만이 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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